'명탐정의 규칙' (스포주의) ★ 서평, 감상평

참 특이한 구성으로 된 단편집이다.
매 단편을 읽고 느끼는 감정은 '허무, 황당, 공허함' 뭐 이런 감정..

이책을 쓴 작가가 과연 히가시노가 맞는가? 싶을정도로 기존의 책들과 다른 구성을 띄고 있다.
아니 어쩌면, 미스테리 라기보다는..
흑소, 괴소, 독소 같은 유머적인 측면이 강하다.

다만, 그 웃음이 헛웃음이고, 매 편마다 날카로운 비판 겸 풍자가 곁들여져 있다.


12편의 이야기 그리고 명탐정의 최후 까지 총 13편의 이야기가 수록된 것이나 다름없다.



<밀실선언-트릭의 제왕>
'밀실' 은 추리소설이라면 참으로 많이 나오는 소재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밀실' 사건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아, 또 밀실트릭인가."
한마디로 지겹다. 요즘에도 과연 이런 패턴의 사건을 반기는 독자가 있으라 싶은데도 몇 건 중 하나꼴은 반드시 이런 트릭이 나온다. .............
-p24


실제로 많은 추리소설에서 단골로 나오는 트릭 중 하나가 바로 이 밀실이다.
명탐정 코난에서도 밀실 살인이 참 많이 나온다.

'저렇게 한번에 밀실이 되?' 
'수 많은 오차를 어떻게 한번도 안걸리고 한번에 밀실을 만들지?'
'뭐 그래도 한번도 오차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말이 되긴 하네.' 라는 생각이 대부분이다.

신선하다는 느낌은 없다.
그럼에도 밀실사건을 소재로 한 추리소설이 계속 나온다.

 


<Who done it - 의외의 범인, 내가 그를 죽였다 - 불공정 미스터ㅣ>
의외성..
'범인이 아닐 것이라 생각했던 인물' 이 범인이라면 독자에게 주는 파급효과 크다.

의외의 인물이 범인이라는 단서는 대놓고 드러내지 않는다.
그렇기에 꼼꼼히 읽지 않는 한 단서를 찾기란 쉽지않다.
어떤 경우에는 그런 단서조차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경우 작가가 친절하게 범인과 단서를 후반부에 밝힘으로 결말을 지어간다.

즉, 책을 끝까지 읽기만 하면 범인이 누군지 알게 된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러한 독자와 작가에게 일침을 가해두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번 소설은 범인을 찾아내는 것이 목표다. 그러므로 독자가 아무리 메모를 해가며 꼼꼼히 읽는다한들 범인이 누구인지 알 수는 없다. 소설에 나오는 힌트만으로는 결코 진실을 밝힐 수 없는 것이 이번 소설의 구조다. 하지만 문제는 없다. 소설에 등장하는 탐정처럼 논리적으로 범인을 찾아내려는 독자란 없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대부분 직감과 경험으로 범인을 간파해 낸다. -p57

"이 소설 시리즈의 등장인물인 저와 오가와라 경감은 결코 범인일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이외의 인물에 대해선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시기 바랍니다. 선입견을 버리세요. " -p258


맞는 말이다. 대부분의 미스테리는 책을 읽다보면 범인이 누구인지 친절하게 작가가 알려준다.
작가가 설치해논 트릭이 무엇이고, 반전등을 느끼며 감탄할 준비만 하는게 독자다. 

<내가 그를 죽였다 - 불공정 미스터리> 를 읽고, p270 쪽 마지막 줄을 읽고 쓴 웃음을 지었다.
그렇다. 추리소설을 읽는 독자는 방심해선 안된다. 그리고 그 어떤 선입견에 빠져서는 안된다.
선입견은 추리소설을 읽는 사람에겐 크나큰 실책이 된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단순히 일침만을 가해놓지 않았다.
독자 스스로 추리를 할 수 있는 작품을 내놓았다.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 '내가 그를 죽였다.' 가 그예이다.

용의자는 처음부터 친절하게 설정해준다. 다만, 범인이 누군지 추리하는 것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었다.

 


<폐쇄된 산장의 비밀- 무대를 고립시키는 이유>
폐쇄 산장, 무인도 등을 소재로한 미스테리의 경우 등장인물이 한정되어 있다.
즉, 폐쇄된 공간안에 있는 인물 중에 범인이 있다는 소리다.

"외부인의 범행 가능성을 배제함으로써 성립 불가능한 범죄라는 점을 독자들에게 선명히 어필할 수 있지요. 이번 경우가 거기에 해당됩니다. 모두가 거실에 모여 있었는데도 오고시 씨가 산 정상에서 살해됐습니다. 그렇다고 범인이 외부 인물일 가능성은 전혀없습니다. 그 결과 소설의 신비함이 깊어지게 됩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고립이라는 패턴은 작가의 편의에 의해 자주 채택되는 거지요." -p78~p79

그렇다. 폐쇄된 공간에서 등장인물은 제한적이다.
외부의 개입을 할 가능성도 적다.

하지만, 이런 미스터리의 공통점은..
1. 외부로의 연락 단절 - 통신 수단이 발달하지 않은 구시대거나, 전화연결을 할 수 없는 상황
2. 악천후 - 폭풍우, 폭설이 언제나 동반
3. 경찰 개입 가능성 - 사건 일단락 후 혹은 사건 개입한 관계자.

매번 이런 패턴이다.
저 3가지 공통점은 벗어나질 않는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위의 공통점에 대해 비판하였다.




<최후의 한마디- 다잉 메시지>
다잉 메시지..
사건을 푸는 단서이기도 하고, 함정이기도한 메시지..

추리소설에서 보여주는 다잉메시지는 참 추상적이고, 현실성이 떨어진다.

"작가 입장에서는 손쉽게 신비한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서스펜스를 높여 주는 효과도 있으니 편리하겠지. 하지만, 대개의 경우는 스토리 전개가 부자연스러워져."
"당연히 부자연스럽죠. 도대체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이 메시지 따위를 남길 여유가 있겠어요?" -p94


다잉 메시지가 소재로 쓰인 미스테리.
거기에 나온 탐정들의 경우 참 대단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한순간의 망설임이 없이 다잉메시지를 술술 풀어낸다.

듣고, 보고나서는 말이 되지만..
솔직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라는 생각이 먼저든다.

그렇다고 미스테리에서 다잉 메시지를 쉽게 범인 이름을 적을 수는 없다.

양날의 검이 아닐 수 없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내에서도 다잉메시지가 쓰였다. 대표적인 작품이 '회랑정 살인사건' 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히가시노 게이고가 다잉메시지에 대해 어떻게 풀어갔는지를 엿볼 수 있다.




<알리바이 선언- 시간표의 트릭>

용의자 선별에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 알리바이다.
명확한 알리바이가 없다는 것은 용의자로 지목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소설에서 명확한 알리바이가 없는 용의자를 범인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작가가 쉽게 범인을 표면상으로 노출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는 용의자를 의심해야 된다.


"제생각엔 말이죠. 알리바이 허점 찾기에는 범인을 찾아낸다거나 동기를 추론하는 따위의 즐거움이 아무래도 적잖아요. 아마 그래서일 겁니다.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나 할까. 작가가 추리 소설의 패턴을 다양화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은 인정할 만하지만 말이죠." -p124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용의자 X의 헌신' 에서 독자들이 한방먹은 이유..
그리고 그 작품이 찬사를 받는 이유..
너무 완벽한 알리바이는 독자들에게 의심을 받는다. 그리고 독자는 모순된 점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용의자 X의 헌신' 은 초반부에 살인사건이 친절히 나와있다.
단서는 이미 독자에게 주어졌다.
하지만, 그 사건을 맡은 형사는 미궁에 빠진다.
독자는 이미 피해자가 어떤식으로 당했는지 알고 있다.

'근데 왜 대체 형사들은 그 사건을 해결 못하는 것이지?' 라는 의문감을 가지고 책을 읽는다.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과 반전에 독자는 놀란다.

독자들의 머리 위에서 내려보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 라 할 수 있다.





<여사원 온천 살인 사건- 두 시간 드라마의 미학>

"아니 , 모르세요? 두시간짜리 드라마는 대게 주인공이 여자예요. 시청자 대부분이 주부여서 여자가 주인공이 아니면 시청률이 오르질 않아요......." -p149

"재미있고 없고의 문제보다는 시청률 때문에 그러겠지. 원작의 복잡한 스토리를 그대로 방영하는 것보다, 조금 진부하더라도 알기 쉽고 적당히 섹시한 내용을 넣는 편이 시청률이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겠어." -p155


이 단편을 읽으면서, 얼마전 보았던 영화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 이 생각났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주인공 '다구치' 가 소설에서는 남성이지만, 영화에서는 여성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자신의 많은 작품이 영화, 드라마화 되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졌기때문에..
원작에 대한 아쉬움과 드라마의 한계성을 하소연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절단의 이유- 토막 살인>

"본격 추리 소설에서 토막 살인을 다룰 경우엔 역시 그 이유가 포인트겠죠. 왜 시체를 갈기갈기 찢었나. 이 점에 대한 멋지고도 그럴듯한 설명이 없으면 소화불량으로 끝나버리지요."
"현실적인 이유는 아무래도 시체를 운반하기 쉽기 때문이지." -p175


이런 류에 미스테리 소설은 씁쓸하다.
1. 범인이 연쇄 살인을 일으킨다.
2. 범인이 사무친 원한이 있다.
3. 범인이 사이코 패스다.
4. 피해자의 시체 발견이 늦어지게 하기 위해..

이 유형 중 하나다.
거기에, 토막 살인의 경우 머리속에 오랫동안 각인이 남는다.

소년탐정 김전일 '육각촌 살인사건'
미야베 미유키 '모방범' , '화차' 가 대표적 예이다.




<사라진 범인- 트릭의 정체>
애니메이션, 소설에서 자주 쓰이는 트릭이다.
만약, 소설이 아닌 영상물(특히 드라마,영화)이라면, 아마 빈도는 크게 줄지 않았을까?

보통 이런 유형의 범인은
일란성 쌍둥이거나, 변장의 귀재인 경우가 많다.

밥 맛 떨어지게 여장을 한 중년 남자에게 너무도 진지하게 논리적인 설명을 계속하는 덴카이치를 바라보면서 나느 남몰래 한숨을 쉬었다. -p216

영상물(드라마,영화)에서는 저런 점을 쉽게 간파할 수 있다.
기껏해봐야 청년 여성, 남성이 노인으로 분장하는 정도이거나, 1인 2역 정도할 수 있다.
그것 또한 장기간 노출되면 들통나기 쉽상이다.

이런 점은 '회랑정 살인사건' 을 보면 알 수 있다.
원작 소설에서 주인공은 할머니로 분장을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할머니의 손녀로 나온다.

시각의 맹점을 노린 트릭이라 할 수 있다.




<죽이려면 지금이 기회- 동요 살인>

이 단편을 읽는 순간, 아니 제목을 보는순간 떠오르는 작품은 애거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가 된다.

"살인의 목적이 여러 가지이고 그 대상이 여러 명일 경우, 앞으로 죽이려는 상대에게 공포감을 주는 수단으로 사용된 경우가 있어요. 이때 노래는 범인과 피해자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관계없는 사람들은 모르지만, 피해자들은 자신이 표적이 될 것이란 사실을 미리 안다는 구조지요. 아니면 엉뚱한 사람에게 의혹이 쏠리도록 하는 데 노래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노래와 관련이 깊은 사람을 범인으로 착각하게 만들기 위해서요." - p229

동요 살인 미스테리의 경우 암시를 통해 독자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할 수 있다.
거기에, 등장인물의 내면 심리를 적극적으로 표출할 수 있을 뿐만아니라, 사건 담당 형사, 탐정의 고뇌와 갈등도 담아낼 수 있다.

하지만, 역으로 동요대로 살인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독자에게 큰 혼선을 줄 수 있다.
이미 암시를 할 수 있는 동요를 던져주었기때문에, 소설 속 등장인물 들을 어떻게 속이고 범행을 저지르는지가 관건이 된다.




<목 없는 시체- 해서는 안 될 말>
신원을 밝혀내기 어렵다는 이점이 있다.

"목 없는 시체가 나오면 그 시체는 다른 사람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추리 소설의 기본이죠. 범인과 피해자가 뒤바뀌는 소설은 하늘의 별보다 많아요. 그렇게 뻔한 걸 정답이랍시고 소설의 끝에 가서 거드름 피우며 밝히는 짓만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아요." - p282

신원이 확인 불가능한 시체..
보통 범인과 피해자가 뒤바뀌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대게 이런경우 1차범인은 또다른 피해자가 되어 발견된다.

당연한 것을 거드름 피우며 밝힌다 라는 표현을 통해 히가시노 게이고는 비판했다.




<흉기 이야기- 살인의 도구>

"문명의 발달과 함께 우리들 본격 추리 소설의 등장인물들도 활동의 폭이 좁아지고 있어." p313

루미놀 반응, 탄흔 등의 용어는 이제 구식이 되었다.
소설 '플래티나 데이터' 를 보면 이 말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실제로 '플래티나 데이터' 에서 형사의 역할은 다른 작품의 형사보다 활동 폭이 좁아져 있었다.
그보다 더 문명이 발달하게 된다면, 추리를 통한 범인 검거보다, DNA 같은 잡아뗄수 없는 데이터를 이용한 검거가 더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명탐정의 규칙' 을 통해 히가시노 게이고가 생각하는 미스테리란 장르를 엿볼수 있었다.
아직, 방과후와 같은 히가시노 게이고이 처녀작을 읽어보지 못했지만,
분명한 것은 명탐정의 규칙을 통해 내던진 비수는 단순한 비판으로 그치지 않고, 그의 후속작에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보면 지루한 작품도 몇가지 있었지만
'이런 이야기는 처음인데?' , '어? 왜? 와 대단하다.' 란 생각이 드는 작품이 많이 있었다.
가끔은 '뭐지 ? 당했다.' 라는 느낌이 들때도 있었다.
그는 모방품이 아닌 새로운 창작, 미스테리를 만들고자 했던 모습이 보인다.

그것은 본문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나는 빙긋 웃었다. 당분간은 계속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리 길지는 않을 거야. 왜냐하면 말이지. 시리즈의 주요 등장인물이자 가장 의외의 인물까지 범인으로 만들어 버렸거든. 별로 떠들어 댈 얘기는 아니지만, 이런 싸구려 방식으로 의외성을 만들어 내려는 작가는 머지않아 막다른 골목에 봉착하기 마련이다. -p328




마우스 안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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